케이블TV 공짜로 본다?

[사회]케이블TV 공짜로 본다?
[뉴스메이커 2005-01-14 16:00]

"명백한 불법 제품이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제품이다."
MP3플레이어와 Divx플레이어에 이은 무료 콘텐츠 활용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프리 컨버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프리 컨버터'는 일종의 시청방해 신호인 스크램블을 무력화해 케이블TV의 모든 채널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케이블TV에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가입한 시청자도 이 컨버터를 사용하면 유료 채널까지 무제한 시청이 가능하다. 그동안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수신용 '프리 컨버터'가 비밀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온라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케이블TV의 '프리 컨버터'가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IT제품의 출시에 민감한 네티즌들이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프리 컨버터'를 출시한 위드훼미리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위드훼미리 사업부 김우성 팀장은 "방송 채널의 암호를 간단하게 풀어버린다는 '프리 컨버터'의 기능을 믿지 못해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프리 컨버터'를 통해 무료 시청이 가능한 곳은 전국 케이블TV 방송국 가운데 35개 지역으로 위드훼미리측은 올해 말까지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프리 컨버터'의 출시에 대해 새로운 제품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스카이라이프의 공중파 재전송 허용 때문에 가뜩이나 움츠러든 케이블TV 업계에 치명상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직격탄 맞은 케이블TV 업계
가입자들의 수신료가 가장 큰 수입원인 케이블TV 업계에 '프리 컨버터'의 판매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케이블TV 방송국들은 시청률이 높은 몇개 채널을 별도로 묶어 판매하는 '티어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5000~6000원대 저가형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품들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영양가 없는 채널들로 구성돼 있어서 그나마 볼 만한 채널들을 시청하려면 1만원 안팎의 프리미엄형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성인채널이나 영화채널을 추가하는 경우 시청료는 3만원을 훌쩍 넘어서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료채널 전체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프리 컨버터'의 유혹은 30만원에 가까운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떨치기 어렵다. 실제 '프리 컨버터' 판매 홈페이지의 사용후기에는 "1만8000원을 내고 케이블TV의 고급 상품을 보고 있었는데 컨버터 구입 후 6000원짜리 기본 요금으로 변경했다"는 경험담도 올라오고 있다.

졸지에 '프리 컨버터'라는 복병에게 무장해제당한 케이블TV 업계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동안 일부 사용자가 채널사업자의 송출신호를 직접 수신하는 방법 등으로 편법을 저지르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제품화한 것은 중대한 업무방해라는 판단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프리 컨버터'를 "1200백만 가입자를 거느린 케이블TV 업계 전체의 저작물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침해하는 불법 제품"으로 못 박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중이다. 법무팀 이용식차장은 "로펌에 의뢰해서 이미 법률적인 검토를 마친 상태"라면서 "업무방해 혐의로 판매업체를 형사고발하는 동시에 '프리 컨버터'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의 진행 추이에 따라 지역방송국의 손해 정도를 파악한 후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위드훼미리는 컨버터 생산에 따른 제품안전검사, 형식승인 등 필요한 모든 적법한 절차를 필한 제품인데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률자문을 통해 관련법규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한 결과 미국, 일본, 대만과 같이 제품생산, 판매, 사용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국내 판매를 하는 것"이라며 '프리 컨버터'를 불법이라고 규정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우성팀장은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불법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처음부터 '프리 컨버터'가 불법이라는 판단을 했다면 공개적인 국내 판매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이미 5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케이블TV가 보급돼 있는 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만에 하나 우리가 미처 검토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굳이 불법이라는 굴레를 써가면서까지 판매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도면까지 돌아다녀

협회가 제재를 가해 '프리 컨버터'의 판매가 공식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이런 종류의 제품은 암암리에 계속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출용 '프리 컨버터'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4~5개 업체가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급반전되면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자상가 등에 제품이 대량으로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업체에 제재를 가해 당장 판매가 중단된다고 해도 이미 판매된 제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고가격이 급등하거나 품귀현상을 빚을 가능성까지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리 미국 등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수입해 오프라인에서 판매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인터넷에는 스크램블을 해제해주는 각종 컨버터에 대한 정보가 널리 유통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도면이나 기존 컨버터를 간단하게 개조하는 매뉴얼까지 공개돼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제품화가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공유기를 예로 들며 '프리 컨버터'도 '허용된' 불법 제품이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인터넷 공유기는 1개의 인터넷 회선을 2대 이상의 컴퓨터가 사용할 수 있도록 분배해주는 장치로 7~8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불법 논란에 휘말려 제품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한 제품이었다. 당시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반응은 지금의 케이블TV 업계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의 폭풍이 지나간 후 인터넷 공유기는 공개적으로 계속 판매됐고 지금은 100만명 정도가 사용하는 인기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무료 콘텐츠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있는 한 '프리 컨버터'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라는 상황논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유병탁 기자 lum35@kyunghyang.com


by 펩시맨 | 2005/01/14 19:53 | 잡동사니방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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